사진=중앙일보 캡쳐 |
1592년 시작된 7년 왜란의 이순신 장군을 생각합니다.
선조 임금의 친국으로 만신창이가 된 이순신을 살려내고 또 끝내 목숨까지 바쳐가며 왜군을 몰아내어 이 땅을 지켜낸 이들은 무명의병들이었습니다.
120여년 전 갑오농민혁명을 생각합니다.
양반상놈 가르고, 친자서자 따지고, 남녀유별하다고 차별하던 사회를 뒤엎으려 했다는 이유로, 남의 나라 군대까지 끌어들여 수 십만 백성들을 무참히 학살했던 갑오농민혁명은 동학군이 주축인 무명 의병들의 저항이었습니다.
100여년 전 상해임시정부를 생각합니다.
1910년 경술국치 10년 뒤 일어난 3.1만세항쟁 이후 상해임시정부를 꾸려 조국광복에 목숨을 바친 대다수 독립지사들은 무명의병들이었으며, 그 중에 많은 분의 혼령은 해방된 조국에 돌아오지 못하고 100년 넘도록 타국 땅을 떠돌고 있습니다.
미군정 3년을 생각합니다.
해방의 기쁨도 잠시 미.소 점령군은 자국의 이익에 따라 남북 정치체제를 멋대로 결정했지만, 그 이전 이미 전국 140여곳에서 운영되던 인민위원회를 근간으로 하는 건국준비위를 무력으로 강제해산 당하는 굴욕에도 불구하고, 1천년 통일국가였던 우리 땅을 남북으로 갈라논 책임을 그들에게 제대로 한 번 물어본 적이 없습니다.
반민특위의 좌절을 생각합니다.
나라와 겨레를 팔아 잘먹고 잘살았던 친일반역자들을 처단하고자 설치했던 반민특위는 시작하자마자 미군정과 이승만의 사주를 받은 친일세력에 의해 흐지부지 두 번 다시 열리지 못한 채 지난 70년간 국가는 그 책무를 방치해 왔습니다.
대구인민항쟁을 생각합니다.
1946년10월의 대구인민항쟁은 미군정의 어설픈 내정간섭의 결과가 초래한 당연한 항쟁이었으나,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으로 이어진 독재권력을 두려워하는 정치권의 비겁한 침묵으로 아직도 진상규명과 배상이 방치되고 있습니다.
1948.04 제주4.3인민항쟁을 생각합니다.
1948.10 여수순천인민항쟁을 생각합니다.
1960.04 이승만타도 4.19학생의거를 생각합니다.
1979.10 부산마산인민항쟁을 생각합니다.
1980.04 사북탄광인민항쟁을 생각합니다.
1980.05 광주518인민항쟁을 생각합니다.
1987.06 대통령직선제 쟁취 인민항쟁을 생각합니다.
2016.10 이게 나라냐?고 묻는 광화문 100만 촛불 시민을 생각합니다.
2019.08 조국 전 장관 가정의 어이없는 멸문지화를 생각합니다.
이러한 무명 의병들의 봉기는 나라와 겨레의 시대적 전환기마다 일어나 나아갈 길을 밝혀 왔으나, 인류 보편가치와 역사의 진보에 부합하는 이들 위대한 조상들의 항쟁의 역사는 사태니, 사건이니, 폭동이니, 운동이니 하는 교묘한 거짓용어로 왜곡되어 역사교과서에 기술되고 민족정기를 훼손하는 근원이 되어 왔으며, 비로소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부로 이어지는 민주정부에 들어와서야 부분적으로 그 역사적 진실이 규명되고 있습니다.
전라도에서 감자이면 경상도에서도 감자여야 하지 않습니까? 그러나 어느 한 쪽이 감자라 하면 죽기살기로 다른 쪽은 고구마라고 하는 망국적 지역대결구도는 아직도 맹위를 떨치고 있고, 분단된 남북도 모자라 또 동서로 나뉘어 제 살 깎아먹기를 멈출 줄을 모릅니다.
위에 열거한 인민항쟁의 역사의 현장마다 “베어지지 않는 것들”(김훈 작, ‘칼의 노래’에서 인용)을 끊어내기 위해 목숨을 바치신 무명의병 혼령들은 이 시간 광화문 100만촛불시민을 향해 “도대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고 묻고 있습니다.
그 해 겨울, 광화문 광장에서 오직 촛불 하나 밝혀들고 “이게 나라냐”고 절규하며 요구했던 그 나라는, 겨우 달걀을 깨고 나오려는 어린 병아리처럼 문재인 정부 4년 동안 이제 겨우 잔 실금 하나를 냈을 뿐인데, 정작 두꺼운 묵은 껍질을 밖에서 사정없이 깨뜨려 제2의 건국을 완성해야 할 촛불시민사회는, 말도 안되는 윤석열 반민주 반개혁 세력들에게 반역자의 시간을 허용하고, 권력욕만 들끓는 20대 대선국면으로 빨려 들어가 저마다의 이해관계에 함몰되어 대의를 잃고 표류하고 있습니다.
특히 180석으로 국정개혁을 뒷받침하라는 주권자의 명령은 어디 가고, 급기야 하반기 국회 법사위원장을 반민주 반개혁 세력에게 넘겨준다는 합의서까지 만드는 무능한 민주당은 더 이상 우리가 비빌만한 언덕이 아닙니다.
얼마나 더 당하고 또 분노해야 이러한 정치판을 갈아엎을 수 있겠습니까!
촛불시위 장면(인사이드코리아 캡쳐) |
갑오농민혁명도 조선왕조의 국정혁파 요구수용 거짓책략을 믿고 물러났다가 끝내 전멸하는 비극으로 끝이 났듯이, 지금 70년 적폐몸통은 여전히 기세등등 정권탈환을 공언할 정도로 진화된 토왜적폐로 전열을 가다듬고 있는데, 정작 개혁세력은 사분오열되어 극심한 반목과 대립으로 자칫 이러다가 정권을 내어 줄 것 같은 불안감에 휩싸여 있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조선왕조 말기에 일어난 세계사적 대전환의 시기는 우리 겨레에게 위기인 동시에 기회이기도 했지만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죄값으로 이후 100년 동안 우리 사회는 참과 거짓의 경계가 무너지고, 대선 때만 되면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알 수 없는 타락한 권력욕만 난무하는 이 썩어빠진 정치판을 통째로 갈아엎어야 한다는 의분이 70년째 타오릅니다.
그 일은 아무도 대신해 줄 수 없는, 이 나라의 인민으로 태어난 자의 숙명과도 같은 것으로 오직 역사를 아는 자만이 해낼 수 있는 일이며, 참과 거짓의 칼같은 분별과 작은 악에도 타협하지 않는 힘을 가져야 할 수 있는 일인데, 과연 100만 촛불시민 말고 달리 누가 그 일에 의로운 이름을 걸겠습니까.
우리가 싸워서 반드시 이겨야 하는 이 전쟁은 이순신 장군도 그러했듯이 누구 한 사람의 발군의 능력으로, 단 몇 해 동안의 싸움으로 승리할 수 있는 전쟁이 아닙니다.
우리는 지금 “베어지지 않는 것들”과 싸워 이겨야 하는 또 한 번의 위기와 기회를 맞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이어온 고 김대중, 노무현 두 대통령의 꿈과 희망은 “사람”에 그 초점이 맞춰져 왔음을 다 기억합니다.
지금 문재인 정부는 정권인수위원회도 없이 출발했지만 역대 어떤 정부도 경험하지 못한 놀라운 성과들을 이룩했음에도 부패한 언론들의 기피담합 속에 입에 담기도 참혹한 반칙과 기득권이 야합하여 광화문 촛불혁명의 명령을 거부하고 거꾸로 되돌리려는 퇴행적 잔꾀들이 버젓이 횡행하고 있습니다.
누가 될지는 몰라도 광화문 100만 촛불시민의 응어리를 시원하게 풀어낼 인물은 분명 이러한 간절한 염원을 능히 짊어질만한 자일 것이며, 우리네 시대정신을 대신 감당할 역량을 삶을 통해 축적하고 준비한 자일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제 더는 물러설 수 없습니다!
건곤일척, 죽든지 살든지 마지막 결판을 내야 합니다!
그래야만 우리 후손들이 참과 거짓이 선명히 구별되는 나라, 우리의 생각과 행동이 세계적 기준이 되는 진정한 민주국가에서 살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다시는 “이게 나라냐?”를 묻지 않아도 되는, 거짓역사와 거짓말정치를 뒤엎고 정직함과 진실함의 가치가 우위에 서는 통일강국을 반드시 성취해야 합니다!
다시 한 번, 그 해 겨울 광화문 하늘을 들었다 놓은 100만 촛불시민의 분노의 함성으로 70년 적폐몸통인 거짓산성을 침몰시키고 진실의 문을 활짝 열어 이 위대한 나라와 겨레를 후손에게 물려주는 일에 100만 촛불시민들이 떨쳐 일어나 주시기를 소원합니다.(끝)
백마산장
백마산장님은 전직 언론인으로서 현재 SNS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는 생활정치인이십니다.